[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18>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 이틀 간의 게임 드라이브 체험기
전날의 암보셀리 게임 드라이브에 이어 연 이틀 마사이마라에서 게임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프리카 게임 드라이브로 손 꼽는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의 차이점, 누 떼의 이동시기, 한국인의 아프리카 방문 시기, 그리고 사바나에 불을 지른 이유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마사이마라의 첫 인상
2025년 6월 27일과 28일,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Maasai Mara National Reserve)에서 이틀 간 게임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바나 초원과 멀리 이어진 지평선, 제주의 오름처럼 봉곳이 솟아 있는 낮은 산들.
아프리카에서의 사파리를 상상하면서 전 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지고 거친 덩굴 식물과 풀들이 자라 있는 밀림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케냐의 암보셀리에서도 그랬지만 마사이마라도 상상했던 풍경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얼마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고 상상하고 있는지를 40일 동안 여행하면서 깨달은 것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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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이 오픈된 랜드크루저를 타고 게임드라이브 중 |
누 떼의 이동, 왜 시기가 달라질까?
아프리카 사파리를 꿈꾸는 누구나 기대하겠지만 저 역시 누 떼의 대이동을 내심 기대했습니다만 누 떼의 대이동(Great Migration)은 볼 수 없었습니다. 보통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는데, 몇 년 전에는 어떤 팀이 6월 10일에 대이동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우리에게도 그런 행운의 순간이 올까 기대했지만 암보셀리에서의 소규모 누 떼 이동으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누와 얼룩말의 대이동은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지만, 기후와 환경 조건에 따라 변동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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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남부에 비가 덜 오거나 풀이 빨리 고갈되면 일찍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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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풀이 돋는 지역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우기가 끝나는 시점이 조금만 달라져도 이동 시기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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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대이동의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즉, 6월 10일에 누 떼가 이미 마사이마라로 들어온 것은, 세렝게티 초원의 풀이 예상보다 빨리 사라졌거나 비가 일찍 그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 무엇이 다를까?
두 지역은 국경으로 나뉘어 있지만, 두 지역이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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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Serengeti,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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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약 30,000㎢로 마사이마라보다 훨씬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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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초원은 번식과 새끼 양육의 주요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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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가 시작되면 동물들이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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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마라(Maasai Mara,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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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은 약 1,500㎢로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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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언덕이 어우러진 지형 덕분에 동물을 가까이 관찰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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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강 건너기 같은 대이동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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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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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세렝게티가 서막이라면, 마사이마라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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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이마라 사바나 초원 풍경 |
한국인 사파리팀, 왜 계절별로 다른 곳을 가는가
한국 여행자들이 겨울에는 세렝게티, 여름에는 마사이마라를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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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1~2월): 세렝게티 남부에서는 누와 얼룩말의 새끼 출산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의 겨울방학과 맞물려 세렝게티 사파리를 떠나는 팀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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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7~8월): 마사이마라에서는 누 떼의 강 건너기와 포식자와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집니다. 한국의 여름휴가 시즌과 겹쳐 이때는 마사이마라가 주 무대가 됩니다.
사바나에 불을 지른 까닭은?
게임 드라이브 중 거대한 불길이 초원을 덮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이 떠올라 겁이 났는데 현지 가이드들이 태연한 걸 보고 안심했습니다. 나중에 인솔자 설명에 의하면 이는 관리용 방화(controlled burning)라고 합니다. 해마다 관리 구역을 정해서 일정 구역에 불을 지른다니 한국 농촌에서 대보름 전후해서 논두렁, 밭두렁에 쥐불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쩐지 사바나의 풀들이 부드럽고 목장의 목초처럼 고르게 자라 있어 가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이런 관리용 방화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면서 동물 보호하는 최선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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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자연 발화를 예방하고,
자연 화재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를 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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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해와 동물들을 위협하는 병균을 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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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지나간 자리에 신선한 풀이 돋아 초식동물에게 좋은 먹이가 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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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이마라 사바나에 관리방화로 인한 불길 |
사자의 사냥과 먹이 서열
흔히 맹수들이 밤에 사냥한다고 알고 있는데 언제든 배가 고프면 사냥한다고 합니다.
이번 게임 드라이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자가 버팔로를 사냥한 장면이었습니다. 커다란 버팔로 사체 주위에 십 여 마리의 수사자와 암사자들이 모여 있는데 우르르 달려 드는 게 아니라 수사자가 먹고 나서 암사자들이 몇 마리씩 접근하는 걸 봤습니다.
사자들은 암사자들이 협력해 사냥을 성공시키고, 이후에는 먹이를 나누는 철저한 서열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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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 수사자가 가장 먼저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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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이 다른 수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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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암사자와 새끼 사자들이 차례로 먹습니다.
새끼들은 늦게 자리를 얻지만, 어미가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질서는 무리의 결속과 생존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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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팔로 사냥해서 식사 후 휴식 중인 사자들 |
빅5 중 끝내 만나지 못한 표범
마사이마라의 사파리 여행에서 많은 동물을 만났지만, 끝내 빅5(Big Five: 사자, 코끼리, 버팔로, 코뿔소, 표범) 중 표범(Leopard)은 보지 못했습니다. 표범은 원래 관찰하기 가장 어려운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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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주로 나무 위에서 은밀하게 휴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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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지며, 풀숲에 몸을 숨긴 뒤 순식간에 공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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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를 다른 포식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무 위로 끌어올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런 습성 때문에 사파리에서 표범을 본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으로 여겨집니다.
마사이 마라에서 만난 동물들과 게임드라이브 소감
게임 드라이브 중 만난 동물들은 수사자, 암사자, 코끼리, 버팔로, 코뿔소, 악어, 하마, 가젤, 임팔라, 타조, 기린, 얼룩말, 누, 조류 등 이십 여 종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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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이마라 게임 드라이브 중 만난 동물들 |
마사이마라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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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드라이브 추천 시간대: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동물 활동이 가장 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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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망원 카메라, 쌍안경, 햇빛을 막을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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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국립보호구 안팎에는 럭셔리 롯지부터 캠프까지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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