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6> 쵸베강 보트 사파리: 게임의 대상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동물 관조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 시티에서 이웃 나라 보츠와나는 버스로 1시간 가니 국경입니다. 보츠와나 첫 날, '쵸베강 보트 사파리'. 보트 타고 사파리라니? 상상이 안 됐던 보트 사파리가 제 인생 감동이 되었기에 보트 사파리에 대한 모든 것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보츠와나 여행 계획 중인 분이라면 꼭 추천 드립니다.


쵸베강 보트사파리 : 배 타고 가면서 강가와 삼각주의 동물들을 관찰한다.
쵸베강 보트사파리 : 배 타고 가면서 강가와 삼각주의 동물들을 관찰한다. 


쵸베강 보트 사파리란?

쵸베강은 잠베지 강의 지류로 보츠와나의 쵸베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강을 따라 배 타고 다니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거랍니다. 보트라기 보다 탁 사면이 트인 배가 대부분입니다.
쵸베강 양안과 강 가운데 형성된 삼각주에 동물들이 많은데 특히 건기에는 물을 마시기 위해 동물들이 모두 강가로 모이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시야가 막힘없이 뚫린 단층 배를 타고 가다가 동물이 보이면 선장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게 하는 형식입니다.
크고 작은 배들이 관광객을 싣고 동물을 찾아 다니는데 먼저 본 선장이 다른 배에 교신하여 서로 도움 주고 받는 듯합니다. 그래서 보트 사파리라 하는구나 이해가 갔습니다.

잠베지강의 지류라 하지만 쵸베강의 강폭이 넓어 강 저쪽은 나미비아, 어떤 지점은 잠비아, 나미비아,
보츠와나 세 나라가 접경하는 곳도 있습니다. 




쵸베강 양안에서 만난 동물들

보트가 천천히 강을 따라 움직이자, 강가의 숲에는 이미 다양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숲에서 동물 탐방하는 사파리 지프도 보였습니다.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조금씩 나아갈수록 쵸베강은 하나의 거대한 야생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졌습니다.
코끼리, 기린, 임팔라, 악어, 이구아나, 물수리, 킹피셔, 원앙, 대머리황새 등이 강가 숲이나 물가에 내려와 있었고, 수심이 얕은 강 속에는 하마, 버팔로가 무리져 있습니다.
 
쵸베강 삼각주 주변에는 특히 더 많은 동물들이 보였습니다. 사자 등 헤엄을 못 치는 포식자들을 피해 BUKU(레체·푸쿠), 물소, 버팔로, 임팔라 등 초식동물이 강 건너 와 있고, 습지에는 수십 마리 코끼리들이 줄이 이어 이동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야생 그대로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인간의 개입이 없는 이곳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또 함께 살아가는 야생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케냐와 탄자니아, 그리고 짐바브웨에서 여러 차례 사파리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규모의 코끼리 떼를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쵸베강(Chobe River)이 ‘코끼리 왕국’이라는 이름이 절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코끼리들의 집단 이동과 풀을 뜯어먹는 장면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강가에 자라는 수초를 긴 코로 휘감아 입에 넣는데 그 소리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날 만큼 강렬했습니다.

쵸베강 보트사파리에서 만난 동물들. 
서로 다른 종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행여 부드러운 피부 햇볕에 마를까 물 속에서 고개만 내미는 하마
- 태양 아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악어
- 강가 풀숲에서 무리 지어 쉬고 있던 임팔라와 부쿠
- 긴 목으로 나뭇잎을 천천히 뜯어내던 기린
- 육중한 검은 몸체에 비해 눈은 한없이 순한 버팔로
- 강을 건너거나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코끼리 가족들



쵸베강 보트사파리에서 볼 수 있는 조류
쵸베강 보트사파리에서 볼 수 있는 조류

새들의 천국

배 위에서 보이는 새들이 이렇게 많은데 눈에 띄지 않은 새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곳이 ‘새 관찰 천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 청량한 울음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물수리(African Fish Eagle)
- 빛을 머금은 날갯짓으로 물을 스치는 킹피셔(Kingfisher)
- 쓸쓸하지만 웅장한 모습의 대머리황새(Marabou Stork)
- 그 외 원앙, 넙적부리 도요, 이름 모를 작은 새들

쵸베강 보트 사파리를 추천하는 이유

- 물가로 나오는 야생동물 관찰에 탁월하고
- 이동 수단인 배가 편안하며
- 사진 촬영하기 좋아 인생 사진 건질 수 있다
-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단연 코끼리 무리의 이동이다

삼각주의 수풀 사이에서 거대한 몸집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어느 순간 수십 마리가 줄을 지어 습지 수초 사이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어른 코끼리- 아기 코끼리 - 어른코끼리- 아기 코끼리... 줄지어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코끼리가 너무 많다는 사실, 그리고 보츠와나의 고민

쵸베에서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보츠와나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됩니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전체 코끼리의 약 1/3이 살고 있을 정도로 코끼리 개체 수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생태적 부담과 주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실제 제가 본 사례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밭이 모두 파헤쳐 있거나, 펜스로 긴긴 농경지를 둘러쳐 놓는 것 등 

- 농작물 파괴
- 마을 근처 출몰
- 사람과의 충돌 증가
- 숲과 식생 파괴

이 문제 때문에 보츠나와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국립공원 외 코끼리 사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정작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호는 요구하지만, 부담은 보츠나와에게만 남기는”
그런 불균형 속에서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강가에서 만났던 수많은 코끼리 가족들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그 장면 너머에는 생태와 생계가 얽힌 복잡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쵸베강 보트 사파리는 언제 가는 게 좋을까?

- 건기(Dry Season, 5–10월)추천
- 동물들이 물을 찾아 강가로 모여들기 때문에 관찰 확률이 높습니다.
- 우기에도 일정은 가능하지만, 동물 분포가 넓어져 보트에서 가까이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트 사파리 예약은 어떻게?

- 쵸베 지역 호텔이나 로지에서 대부분 현지 예약 가능
- 국립공원 입장료(park fee)는 별도인 경우가 많으므로 사전 확인 필요
- 아침·점심·석양 사파리 중 선택 가능
- 석양 보트 사파리는 빛이 예뻐 사진 촬영이 특히 좋음


보트 사파리 꿀팁 & 준비물

- 망원렌즈 : 동물 촬영에 필수
- 선크림 & 모자 : 강 위는 햇빛 반사로 매우 강함
- 방풍 자켓 : 이동 중 바람이 많이 불 수 있음
- 쌍안경 :  멀리 있는 새 관찰할 때 유용
- 물가 근처에서 코끼리 접근이 매우 가까울 수 있으니 소리 크게 내지 않기



쵸베강 삼각주 물가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코끼리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남긴 쵸베강 보트 사파리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쵸베강 보트 사파리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 경험’입니다. 여러 사파리를 경험했지만, 쵸베강 보트 사파리는 완전히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프 사파리는 동물들을 추격하는 느낌이었는데 수상 사파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해가 천천히 기울며 강 위에 금빛 실선이 남을 때, 코끼리 가족은 물가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고
강물 위에 반사된 황금빛 노을…
‘아,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겠구나.’
쵸베강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소리, 따뜻한 햇빛, 그리고 나를 멈춰 서게 한 고요함으로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야생의 천연스런 기운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배려와 리듬이었습니다.
보츠나와 첫날의 쵸베강, 그날의 빛과 숨결은 오래도록 아프리카 여행의 감동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에겐 감동의 순간, 순간이었는데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 모코로 투어입니다.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1> 빅토리아 폭포 여행기 |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오가며 만난 웅장한 자연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0> 케냐 나이로비 데이 트립 – 기린 센터, 코끼리 고아원, 카렌 블릭센 박물관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19>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의 로망 빅5(Big Five: 사자, 코끼리, 버팔로, 코뿔소, 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