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1> 빅토리아 폭포 여행기 |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오가며 만난 웅장한 자연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걸쳐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폭포를 다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죠. 이 포스팅에선 두 국경을 드나들기 편한 KAZA 비자와 두 나라의 빅토리아 폭포가 어떻게 다른 지, 계절에 따른 차이, 또 이 폭포를 외부에 알린 리빙스턴에 대해서도 짧게 얘기 해볼까 합니다.
두 나라에 걸친 빅토리아 폭포
저는 먼저 빅토리아 다리(Victoria Falls Bridge)를 건너 잠비아 쪽으로 향했습니다. 이 다리는 1905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원래는 케이프타운에서 카이로까지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철도를 연결하여 아프리카의 광물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였습니다만, 결국 종단철도는 완성되진 못했죠. 지금은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잇는 다리이자, 번지점프와 짚라인 체험으로 더 유명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했답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에 올려볼게요.
다리를 걸어가며 느낀 건— 이곳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선이라는 점입니다. 여권을 내고 출입국 심사를 받으며 다리를 건너는데, 국경 한가운데 서서 두 나라를 동시에 바라보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여행자라면 카자 비자(KAZA Univisa)를 받아 두면 양쪽을 자유롭게 왕복 할 수 있어 훨씬 편합니다. KAZA 비자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적어볼게요.
잠비아 쪽에서 만난 폭포
현지인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모시 오아 툰야(Mosi-oa-Tunya,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 라고 불렀답니다. 그 이름처럼 폭포는 멀리서도 굉음과 물보라를 뿜어냅니다.
여기서는 폭포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7월 2일이라 우기를 지나 건기에 들어선 시기였지만 수량이 여전히 많아 물보라가 마치 비처럼 쏟아져, 우비를 입고 우산을 썼지만 세찬 비바람으로 금세 온 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관광객 모두 비옷을 입었으나 그건 형식적인 거였고 쏟아지는 비와 간간히 부는 세찬 바람에 샤워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폭포의 우렁찬 굉음은 옆 사람과 큰 소리로 겨우 소통이 되었고, 협곡에서 피어오르는 비구름은 해를 가려 폭포를 온전히 보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거대한 폭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모두들 감탄하며 그 비 속에 사진 찍기 여념이 없습니다.
잠비아 쪽 폭포는 협곡의 너비가 넓지 않아 건너편의 폭포와 거의 맞닿아 걷는 듯한 느낌입니다. 비구름이 끊임없이 피어나니 당연히 무지개가 많이 보였으나 워낙 바람이 많이 불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여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만, 아마 제 인생에서 볼 수 있는 무지개 수보다 더 많은 무지개를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원형 무지개를 보았는데 그건 브뢰켄 현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브뢰켄 현상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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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비아 쪽의 빅토리아 폭포 [사진 설명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돌며)-빅토리아 다리/ 협곡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둥근 무지개(브로켄 현상)/ 수시로 떴다 지는 무지개/ 7월에도 수량이 많은 폭포/ 쌍무지개] |
짐바브웨 쪽에서 마주한 장대한 전경
다시 다리를 건너 짐바브웨 '빅토리아 폴스 국립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폭포 전체의 약 70%를 조망할 수 있어, 빅토리아 폭포의 진짜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뷰 포인트가 잘 정비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았고, 햇살이 비칠 때 폭포 위에 무지개가 걸려 더욱 황홀했습니다.
물보라가 심한 것은 잠비아 쪽이었는데 그건 폭포와 관광 산책로가 가까워서 더 많은 비를 맞아야 했습니다. 짐바브웨 쪽은 폭포와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잠비아 보다는 비가 적게 내렸고, 대부분은 우산만 써도 될 정도입니다.
두 곳 다 비구름이 일상적이어서 카메라 렌즈를 수시로 닦아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핸드폰 방수팩, 우비, 우산, 미끄럼 방지 신발이 필수라는 걸 빅토리아 폭포 관광객은 공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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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바브웨 쪽 빅토리아 폭포 |
[사진 설명(위에서부터 좌우로 내려오며) : 이 폭포를 알린 리빙스턴 동상, 잠비아 쪽에도 있다/건기인 12월과 우기인 5월의 폭포 수량 /긴 협곡 안으로 쏟아지는 짐바브웨 쪽 폭포/메인 폭포/협곡 안의 무지개/ 엄청난 수량의 폭포]
빅토리아 폭포, 숫자로 보는 장엄함
KAZA 비자로 즐긴 국경 왕복
KAZA Univisa의 정식 명칭은 Kavango–Zambezi Transfrontier Conservation Area (KAZA TFCA). Kavango–Zambezi의 관광 보존 구역의 약자입니다.
KAZA 지역(카방고–잠베지 초국가 보존구역, KAZA TFCA) 자체는 보츠와나·나미비아·잠비아·짐바브웨·앙골라 다섯 나라에 걸쳐 있지만, KAZA Univisa의 실제 적용 범위는 훨씬 좁습니다.
이곳을 하나의 관광·보전 벨트로 묶어, 여행자들이 국경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사파리와 자연 관광을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KAZA Univisa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빅토리아 폭포 관광객이 사용하는 한정된 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양쪽 폭포를 다 보고 싶은 일반 여행자에게는 사실상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제가 다음 날 빅토리아 브릿지에서 번지 점프를 하러 갈 때도 유용했답니다.
잠비아 또는 짐바브웨 입국 시 공항이나 국경에서 발급 가능 / 유효 기간 30일 / 짐바브웨 ↔ 잠비아 자유로운 왕복 / 비용은 약 50달러 (현지 물가 변동 있음) /여권 유효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함
리빙스턴, 폭포를 세상에 알린 사람
빅토리아 폭포를 서양에 처음 알린 사람은 스코틀랜드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 입니다. 1855년 그가 잠베지 강을 따라 내려오다 이 거대한 폭포를 발견하고, 당시 영국 여왕 빅토리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의사이자 선교사이며 탐험가인 그는 잔지바르의 노예무역을 강하게 비판하고, 아프리카 내륙 깊숙이 탐험하며 지도를 만들어 서양 세계에 알렸습니다. 이 덕분에 노예제 폐지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탐험 기록은 이후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고, 전통적인 이름인 '모시 오아 툰야' 대신 '빅토리아 폭포'라는 식민지적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문화를 계몽 대상처럼 바라본 시각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오늘날 리빙스턴은 노예무역 반대를 외친 인도주의자이자, 아프리카 식민화의 문을 열어버린 모순적 인물로 평가됩니다.
계절에 따른 빅토리아 폭포의 변화
여행자를 위한 작은 팁
- 양쪽 모두 경험하기 : 잠비아 쪽에서는 폭포의 거친 숨결을, 짐바브웨 쪽에서는 거대한 전체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 비자 준비 : 카자 비자를 이용하면 두 나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 준비물 : 우비, 우산, 방수팩, 미끄럼 방지 신발, 자외선 차단제는 꼭 챙길 것.
- 시간대 : 아침에는 햇살과 무지개, 오후에는 붉은 노을과 함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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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브릿지에서 본 폭포와 잠베지 강 [사진 설명(왼쪽 위에서부터-오른쪽 위, 아래] : 잠비아 쪽 폭포에서 본 빅토리아 브릿지 / 다리 중간에 번지점프 장소 / 짚라인 실시 중/ 다리에서 본 잠비아 쪽 폭포 하류 / 다리에서 본 잠베지강 하류] |
사이드 에피소드 - 빅토리아 폭포 위의 원형 무지개
빅토리아 다리를 건너던 중, 폭포 반대편에서 둥글게 이어진 무지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단순히 써클 레인보우(Circle Rainbow)일 거라 생각했다. 폭포의 강한 물보라에 햇빛이 부딪히면 공기 중 미세한 물방울이 프리즘처럼 작용해, 반원이 아닌 완전한 원형 무지개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조금 달랐다. 무지개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다리와 내 그림자가 분명히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한 무지개가 아니라 바로 브로켄 현상(Brocken Spectre)이었다.(첫번째콜라주의 상단 오른쪽 둥근 무지개)
브로켄 현상은 태양을 등지고 설 때, 앞에 있는 안개나 물보라가 거대한 스크린이 되어 자신의 그림자를 투영시키고, 그 주위에 동그란 광륜이 생기는 희귀한 현상이다. 나는 예전에 일본의 고산에서 동그란 원 안의 내 그림자를, 또 비행기 창밖으로 원 안의 비행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폭포 위 다리에서 다시 이 장면을 만난 순간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마치 내가 무지개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도 빅토리아 폭포 투어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많은 사진과 영상 올려도 되는지 아직 모르겠네요.
다음 포스팅은 빅토리아 폭포에서 즐길 수 있는 엑티비티를 소개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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