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6> 잔지바르 향신료 농장 투어: 아프리카 향기와 열대 과일의 세계

 잔지바르가 '향신료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오랜 기간 주요 향신료 생산지였기 때문입니다. 동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어 아프리카 본토와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중개무역항이었고 노예 무역이 금지된 후, 19세기부터 정향, 계피, 후추, 너트메그 등 다양한 향신료가 풍부하게 재배되었습니다. 특히 정향은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량 덕분에 주요 수출품이었고, 지금도 섬 곳곳에는 다양한 향신료와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장들이 있으며, 관광객들은 현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잔지바르 향신료 농장이란?

잔지바르에는 ‘향신료의 섬’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향신료를 재배하는 농장이 많이 있답니다. 농장에서는 향신료를 재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농장에 관광객이 방문해서 향신료와 과일을 체험하는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외국 관광객에게는 거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이런 농장 투어를 통해 관광객은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각종 향신료와 그 효능을 알게 되어 구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나아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생활과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잔지바르의 향신료 농장 중의 하나 잠보 스파이스 팜
잔지바르의 향신료 농장의 하나 잠보 스파이스


바나나 잎 왕관과 바구니 체험

농장 입구에서 차를 내리면 직원들이 바나나 잎으로 만든 왕관을 씌워주고, 손에는 바나나 잎으로 엮은 작은 바구니를 들려줍니다. 엉성한 듯 하지만 붉은 히비스커스가 꽂힌 풋풋한 초록 왕관을 쓰고 팔에는 초록 나뭇잎 바구니를 걸고 그늘 짙은 숲 속을 걸어 가니 마치 제가 숲 속의 요정이나 된 듯한 착각이 들었죠. 농장 투어 내내 이 바구니에 직접 딴 열매와 향신료들을 담으며 아프리카의 향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향신료 바구니는 호텔에 가져가 다음 이동 때까지 방안에 두고 그 향을 맡았는데 비행기 타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버렸답니다.


스파이스 농장에서 바나나 잎으로 만든 왕관과 바구니를 받은 관광객들
 향신료 농장의 바나나 잎으로 만든 왕관과 바구니 

향신료의 세계와 효능

향신료 농장의 진짜 매력은 바로 다양한 스파이스(Spice) 체험입니다. 농장 직원들은 식물의 향을 직접 맡게 하며 그 효능까지 설명해 줍니다.

  • 랑기랑기 꽃: 샤넬 향수 No.5 원료 중 하나
  • 계피 (Cinnamon): 소화 촉진, 혈당 조절에 도움
  • 생강 (Ginger): 피로 회복, 면역력 강화
  • 터머릭(강황): 항염 효과, 피부 건강
  • 카다멈 (Cardamom): 입 냄새 제거, 소화 촉진

스파이스 팜에서 직접 행신료 나무를 자르거나 열매 따서 보여주고 향을 맡게 한 후 효능을 설명해준다
현장에서 직접 과일과 향신료를 맛보고 냄새 맡는 체험


약용 식물의 효능

투어에서는 향신료뿐 아니라 약용 식물도 소개 받았습니다. 현지인들은 이 식물들을 전통 의학에서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 레몬그라스: 긴장 완화, 감기 예방
  • 알로에 베라: 화상과 상처 치유, 보습 효과
  • 아나토 : 화장품 원료. 주로 루즈의 붉은 색상 원료
  • 정향 (Clove): 치통 완화, 항균 효과
  • 바닐라 (Vanilla): 진정 효과, 향료 활용

향신료 농장에서 키우는 각종 약용 식물
각종 향신료 식물들



열대 과일 시식 체험

투어 중 만난 열대 과일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과일은 농장 직원이 나무에 직접 올라가 따서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투어 중간 휴식 시간에 망고와 바나나를 주더니 투어 마칠 때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박, 망고, 파파야, 잭프루트, 스타프루트, 두리안, 코코넛, 이름 생소한 과일 등 십여 가지 과일을 쌓아놓고 직원들이 바로 손질해서 맛보게 하는데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습니다. 향신료 농장 투어는 여행사의 기본 투어였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았고 모두들 엄지 척, 정말 꼭 추천하고 싶은 농장 투어입니다. 

 마트에서 눈으로만 보던 열대 과일들이 달린 모습을 보고,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니 아프리카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농장 직원들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설명과 응대를 보니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향신료 농장에서 열대 과일이 달린 나무를 보고 직접 따주는 과일을 맛보기도 한다
열대과일 시식


잊지 못할 이벤트: 바나나 나무 오르내리며 부르는 '하쿠나 마타타'

투어의 마지막은 직원이 아주 높은 바나나 나무에 올라가며 흥겹게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였습니다. 관광객들은 즐겁게 웃고 환호했지만, 하도 오르내려 반들반들해진 바나나 나무를 보니 저는 그 모습이 고단한 노동요처럼 들려 마음이 짠했습니다. 

바나나를 수확하기 위해서였으면 즐거운 노동요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수십 번을 오르내렸을 그 직원의 일상을 생각하니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이 순간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잔지바르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하쿠나 마타타는 '다 잘 될 거야' '걱정 마, 괜찮아' 그런 의미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곤란한 순간에 쓰는 말입니다.


향신료 농장의 직원이 바나나 나무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나나 나무 오르내리는 이벤트


여행 팁

  • 준비물: 편한 신발, 모기 기피제, 카메라

  • 소요 시간: 약 2~3시간

  • 추천 포인트: 과일과 향신료 시식, 현지인과의 소통, 사진 촬영

  • 현지 생산품 구입 : 투어 중간 휴식 시간에 작은 노상 가게를 열어 현지 농장에서 생산하는 원료로 만든 향수, 비누 등을 작은 사이즈로 파니까 선물용으로 구입하셔도 좋아요.  투어 끝나고 향신료를 구입할 수 있으니 필요하면 농장 직구하셔도 됩니다. 과일은 팔지 않습니다.

숲 속이라 양산은 필요 없었고 모기나 벌레도 거의 없어서 기피제는 가져갔지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기피제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무리

잔지바르 향신료 농장 투어는 단순히 향신료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문화·음식·삶을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수십 가지 과일과 향신료를 보고 맛보며, 그 향기와 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잊지 못할 여정이었습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아프리카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바다 속 바위섬에 세운 '더 락 레스토랑'입니다.  음식은 실망했지만 풍경은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기대하셔도 됩니다. 🙏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1> 빅토리아 폭포 여행기 |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오가며 만난 웅장한 자연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0> 케냐 나이로비 데이 트립 – 기린 센터, 코끼리 고아원, 카렌 블릭센 박물관

[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19>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의 로망 빅5(Big Five: 사자, 코끼리, 버팔로, 코뿔소, 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