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40일] 시리즈 22> 짐바브웨 '코뿔소 보호구역' 나이트 게임드라이브 후기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Victoria Falls National Park) 코뿔소 보호구역에서의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진 게임 드라이브 후기를 올려봅니다. 왜 코뿔소 보호구역이 따로 있는지, 코뿔소의 뿔은 왜 잘려 있는지, ‘흰코뿔소 vs 검은코뿔소’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이트 게임 드라이브의 특별한 매력 등을 남겨보겠습니다. 

 '나이트 게임 드라이브' 투어 개요


늦은 오후, 저희는 빅토리아 폴스 지역의 호텔에서 지프차(양 옆이 터져 있어 개방감이 뛰어났음)를 타고 코뿔소 보호구역으로 출발했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기린, 얼룩말, 임팔라, 가젤, 쿠도, 사자, 그리고 호로새 등이 활엽수 숲 사이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코뿔소와의 조우가 이루어졌습니다—이곳에서는 대부분 흰코뿔소(White Rhino)였습니다.

해가 기울며 선셋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지점에서 다과와 주류가 제공되었고, 이어서 적외선 빨간 전등(가이드가 야생동물에게 거부감을 덜 주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라 설명)을 켠 채 야간 드라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하이에나, 목욕 중인 코끼리 가족, 그리고 다시 코뿔소까지 만났고, 밤이 깊어지면서 방문객 센터로 돌아왔을 때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뷔페 식사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검은 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차가운 밤공기지만 모닥불 덕분에 따뜻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습니다.



코뿔소 보호구역에서의 사파리 풍경
단풍 들어 가는 보호구역. 철조망으로 구역을 둘러치고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개방형 지프에서 와인잔 들고 건배/ 붉은 빛의 적외선 불 켜고 동물들 찾아다닌다 /모닥불 피워놓고 뷔페 만찬 중  


왜 나이트 게임 드라이브가 특별했는가

낮과 밤을 모두 아우르는 경험: 오후의 야생 관찰과 일몰, 이어지는 야간 탐험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단풍 든 숲: 아프리카에서 단풍 든 활엽수 숲을 보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리나라 야산이나 활엽수 조림지 같은 풍경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개방형 지프차: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니 감각이 더 깨어났고, 사진 찍기도 좋았습니다.
✔적외선 빨간 전등 사용: 야생동물이 놀라지 않도록 배려하는 방식이라 신뢰가 갔습니다.
✔모닥불 & 밤하늘: 도시의 불빛이 없어 별이 선명했고, 모닥불 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투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동물 다양성: 대형 포유류부터 조류, 그리고 밤의 야생 동물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방문 팁 & 준비물


- 일몰이 시작되면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니 경량 패딩 정도는 입어야 자유롭습니다. 두께 있는 바람막이나 따뜻한 옷을 챙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실제로 밤엔 꽤 춥더군요.
- 카메라, 망원렌즈 또는 망원줌 기능이 있는 기기, 삼각대 혹은 안정된 손각대(밤 촬영 대비) 준비를 권장합니다.
- 적외선 조명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되었지만, 동물들이 민감하니 플래시 사용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별을 찍고 싶다면 노출 시간이 긴 설정에 대비해 셔터 릴리스 케이블이나 타이머가 있으면 좋습니다.
- 간식, 주류 등이 제공되지만 물병은 항상 개인적으로 준비해가는 게 좋습니다.

흰코뿔소 vs 검은코뿔소 — 차이점 정리

아프리카에서 코뿔소는 두 종류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코뿔소와 만났을 때 “이건 흰코뿔소일까? 검은코뿔소일까?” 궁금할 것 같아, 주요 차이점을 아래에 정리해 봤습니다.

흰코뿔소 (White Rhino / Square-lipped)  

-넓고 평평한 입술 → 풀을 뜯기에 적합.
-대체로 더 크고 몸집이 굵음.
-개방된 초원이나 풀밭(그래저). 풀만 먹음. 
-비교적 온순하고 무리 지어 있는 경우가 많음
-실제 색이 흰색이 아니며, 네덜란드어 “wijd(e)”(넓다)에서 왔다는 설이 있음

검은코뿔소 (Black Rhino / Hook-lipped) 

-갈고리 형태의 입술 → 나뭇잎·가지 등을 뜯기에 적합
-흰코뿔소보다 작고 다소 날렵한 체형
-덤불이나 숲 가장자리(브라우저). 잎·가지·관목 먹음
-단독생활 경향이 있고, 영역적이며 공격적일 수 있음
-흰코뿔소와 구분하기 위해 ‘검은’이 붙었으나 색상 차이는 없음

제가 만난 그 코뿔소들은 관목과 풀밭이 혼재한 곳에 있었는데, 입 모양을 보니 넓고 평평한데다 풀을 뜯어먹고 있어서 ‘흰코뿔소'라 추측됩니다.


나이트 게임드라이브에서 만난 동물들
코끼리 가족이 물속에서 목욕 중/ 코뿔이 잘린 코뿔소 / 암사자가 노을빛 속에 앉아 있다


보호구역이 생긴 이유 & 코뿔소 보호의 배경

- 아프리카의 코뿔소들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뿔)의 밀렵입니다. 
- 짐바브웨에서도 예전에는 심각한 밀렵 위기였고, 코뿔소 수가 급감한 뒤 보호구역·강화된 경비·지역사회 참여 등이 실행 중입니다.
- 예컨대 International Rhino Foundation은 짐바브웨 내 위탁 보호지역에서 흑코뿔소·백코뿔소 개체군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 또한 지역사회가 직접 보존 활동에 참여하고 관광 수익이 돌아가게 하는 모델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이 코뿔소 보호구역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는 ‘밀렵 방지 + 개체수 회복 + 보호된 서식지 확보 + 지역사회 생계와의 연계’ 입니다.

왜 이곳에서는 코뿔소 각이 잘린(혹은 제거된) 걸까?

- 코뿔소의 뿔(각)은 밀렵꾼에게 매우 가치 있는 물건입니다. 중국, 인도, 아랍 등에서 수요가 많답니다.
- 그래서 보존기관에서는 “데호닝(dehorning)” 즉 뿔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는 밀렵꾼이 뿔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유인을 줄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 이 방법이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뿔을 제거한 코뿔소의 밀렵률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본 보호구역의 코뿔소들이 뿔이 없거나 잘린 상태였다면, 그건 밀렵 방지 수단으로서 보존기관이 사전에 시행해 놓은 조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코뿔소 보호구역(또는 보호지역)은 어디 있을까?

- 예컨대 우간다의 Ziwa Rhino and Wildlife Ranch(70 km² 규모)는 남아프리카흰코뿔소 재도입을 위해 2005년에 설립된 보호구역입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are For Wild Rhino Sanctuary(약 28,000 ha)도 여러 종의 코뿔소를 대상으로 구조·재활·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짐바브웨 내에서도 여러 전용 보호구역 및 콘서버시(보호지대)가 존재하며, 코뿔소 보호를 위해 집중관리 되고 있습니다.

즉, 코뿔소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파리 일반국립공원’만 가는 것보다는, 이런 전용 보호구역이나 밀렵 방지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선택하는 것이 눈에 띄는 만남 가능성을 높입니다.

왜 Maasai Mara National Reserve 또는 Amboseli National Park 에서는 코뿔소를 보지 못했을까?

- 마사이마라의 경우, 검은코뿔소(Black Rhino)가 한때 많았으나 밀렵과 서식지 감소로 급감했습니다. 예컨대 1970년대에는 약 120마리 있었으나 1980년대 중반에는 18마리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 앰보셀리 국립공원은 현재 코뿔소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과거 서식했으나 밀렵·인간과의 갈등 등으로 개체가 사라졌고, 현재는 코뿔소가 없는 공원이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 따라서 ‘빅5(코끼리, 사자, 표범, 버팔로, 코뿔소)’를 모두 보려는 경우, 마사이마라나 앰보셀리만으로는 코뿔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행자들도 인지해야 합니다.

 마무리 소감

깊이 어두워진 밤, 붉은 빛 전등 아래 방황하던 하이에나의 긴 그림자, 물 속에서 목욕을 즐기던 코끼리 가족의 한가로움, 육중한 몸에 코뿔이 잘린 짧은 코를 처들고 관목 사이로 사라지던 코뿔소의 쓸쓸한 뒷모습이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그 순간,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던 시간과는 다른 리듬 속에 제 몸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공간이 ‘사바나의 평원’ 같은 전형적 아프리카 이미지가 아니라, 한국의 야산처럼 활엽수들이 우거져 있고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갈색빛 단풍을 보리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그 모습이 참 신기했고, 나뭇잎이 노란빛·갈색으로 바뀌며 저녁의 서늘함과 어울려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별빛 아래 모닥불 둘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여행이 주는 진정한 ‘쉼’과 ‘연결’이 무엇인지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코뿔소—그 거대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도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에게 그 현장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랍니다. 


🌍길고 재미없는 여행기가 되어 버렸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 낀 데다 국내여행을 다녀 왔더니 마음이 바빴는지 거의 한 달을 포스팅 못하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다시 마음 잡고 포스팅에 전념하려 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빅토리아 폭포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올릴까 합니다. 
제가 번지점프를 했거든요. 함께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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