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40일]시리즈2> 탄자니아 잔지바르 : 향신료의 섬에서 만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도양

아프리카 여행의 첫 방문지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입니다.  바다와 향신료의 섬, 잔지바르에서 보낸 4일 동안의 일정을 몇 회에 걸쳐 소개하겠습니다.


21시간 걸려 도착한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 

인천공항을 출발해 13시간을 비행하여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내리니 6시간의 시차로 한국보다 6시간 늦어 시간 벌었네요. 탄자니아 가는 직항이 없어서 에티오피아를 경유해서 간다네요.  잔지바르행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의 사람들, 히잡이나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을 보면서 비로소 아프리카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잔지바르 가는 도중 킬리만자로 공항에 잠시 기착 했을 때와 킬리만자로 산을 먼 발치로 지날 때는 창문으로 혹여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보일까, 기대했지만 구름에 갇혀 아무 흔적이 안 보여 아쉽기도 하더군요.

인천 공항을 출발 한 지 21시간 만에 드디어 탄자니아 잔지바르 공항에 닿았습니다. 여행 첫 일정을 잔지바르로 잡은 것은 6시간의 시차 적응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특히 유럽인들이 휴양지로 손꼽는 곳일 만큼 인도양에 접한 풍광이 아름답고 여러 문화가 혼합되어 있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랍니다.


1.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 탄자니아 잔지바르

잔지바르 여행은 단순한 ‘휴양’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인도양 위에 고요히 누운 이 섬은 수백 년 동안 아랍과 아프리카, 인도와 유럽의 이야기를 품어 왔습니다.

잔지바르는 제주도보다 조금 큰, 남북으로 길쭉한 섬(제주도의 1.75배)입니다. 아라빅어로 잔지는 '검은', '바'는 해안이란 뜻으로 검은 사람들이 해안에 사는 섬을 의미합니다.

오만의 술탄이 1890년경까지 케냐 몸바사와 탄자니아 본토까지 해안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으나 1886년 독일과 영국의 침공으로 술탄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1890년 잔지바르는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고, 1896년 술탄과 영국의 전쟁 후엔 영국령이 되었습니다.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오랫동안 권력을 쥐었던 아랍계 지배층과 그 아래 살아온 아프리카계 다수 민중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잔지바르 혁명이라 불린 이 사건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같은 해 잔지바르는 본토 탕가니카와 합쳐져 1964년 탄자니아 연합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잔지바르는 자치정부를 운영하며, 선거철이면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스톤타운은 잔지바르의 중심 도시이자 구시가지입니다. 현재 유네스코 인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인도, 유럽, 아랍, 페르시아 등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건축 양식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톤 타운(Stone town)의 좁은 골목 사이로 아랍풍 나무문이 열리고, 모스크의 미나렛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었으며, 인도 상인의 상점에서는 향신료 냄새가 바다 바람을 타고 흘러왔습니다.

 

스톤타운의 골목가게. 유네스코 인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잔지바르 스톤타운의 오래된 골목상가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2. 향신료와 바람이 만든 잔지바르 문화

17세기, 오만 술탄이 이곳을 장악하던 시절, 정향·계피·후추는 잔지바르의 보물이었습니다. 바다 건너 인도와 아라비아로 실려간 향신료들은 유럽 귀족의 식탁을 장식했고, 그 대가로 이 섬은 더 부유해졌죠.
하지만 이 무역 뒤에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노예무역이 끝나가던 시대. 가장 마지막까지 허용됐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잔지바르는 당시 동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신음을 바다 너머로 실어 나른 항구이기도 했습니다.

 

잔지바르 향신료 농장에서 바닐라 콩을 보여주는 직원
향신료 농장의 바닐라 콩


3. 사람과 신앙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곳, 잔지바르

이 섬의 90%는 무슬림입니다. 15세기 페르시아, 아랍, 인도 상인들에 의해 이슬람이 전파되었으며 이후 오만 제국의 지배와 함께 이슬람 국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잔지바르는 오랜 무역과 종교적 교류로 인해 이슬람 문화가 중심이 된 독특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잔지바르 곳곳에는 이슬람 사원(모스크)이 많고, 하루 다섯 번 예배 드리는 교리로 스톤타운의 골목을 통과하면서 골목의 맨 땅에서 엎드려 절하는 무슬림 남성 무리를 보기도 했습니다. . 

 하루 다섯 번 울려 퍼지는 아잔(이슬람 기도) 소리가 잔지바르 골목마다 번지고, 여성들은 히잡을 두른 채 시장에서 장을 봅니다. 본토 탄자니아의 종교 구성과 비교하면, 잔지바르는 문화적으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가집니다.
그런데도 잔지바르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반목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몇 가지 예를 볼 수 있는데요.  아래 두 장의 사진에서 두 종교의 화합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성공회교회와 이슬람 사원이 나란이 있어 교회 첨탑과 사원의 첨탑이보인다.
잔지바르 성공회 성당 첨탑과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

위 사진은 성공회 교회 첨탑과 이슬람 사원 첨탑(미나렛)이 나란히 보이는데요. 세계에서 두 종교의 첨탑이 이웃해 있는 곳은 두 곳 뿐이라네요.

 

이슬람 사원 형상 사이에 십자가를 세운 학교건물
십자가와 이슬람 사원 형상이 함께하는 건물

위 사진은 학교 건물인데 창문 4개가 이슬람 사원 형상이고 그 가운데에 십자가가 있습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아이들을 교육하고 아이들이 상대의 종교를 존중하게 하자는 의미로 이런 건물을 만들었다고 해요.  


4. 탄자니아와 세계인의 휴양지, 잔지바르 

4일 동안 잔지바르에서 푹 쉬었습니다. 6시간이지만 시차 적응도 하고 체력도 비축하면서 잔지바르 곳곳의 관광지 구경도 하는 동안에는 이 섬의 복잡한 역사는 잠시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나 골목을 걸을 때마다, 향신료 냄새 속에 스며 있는 바다 건너 이야기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여행은 단순한 휴양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세계가 만났던 ‘작은 지구’를 걷는 경험이었습니다.


잔지바르에서 마지막 보내는 날의 능위해변 일몰
전통 범선 타고 일몰 투어를 즐기는 능위 해변



🌍제 아프리카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기라기 보다 안내 책자 같은 글이 돼버렸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잔지바르의 성공회 교회와 노예 무역 박물관입니다. 노예 무역이 마지막까지 유지됐던 그 자리에 세운 성당과 갇힌 노예들의 참상을 짐작할 수 있는 수용소 건물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다음 편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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